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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나스닥 1.68% 상승...엔비디아와 애플 4%대 급등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진정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1%대 급등했다.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43포인트(0.01%) 하락한 3만8459.08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8.42p(0.74%) 오른 5199.06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1.84p(1.68%) 오른 1만6442.20을 나타냈다.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도매 물가인 PPI 지수가 직전월보다 완화된 점에 주목했다. 미국 노동부는 3월 PPI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대비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21만1000명으로 직전주보다 1만1000명 감소했다. 이번 수치는 전문가 예상치 21만7000명을 밑돌았다.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에서 본 것처럼 하락하는 과정에서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2%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최신 인플레 지표는 "아직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종목 별로 보면 기술주들이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나스닥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날 4%대 상승했다. 애플 역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에 4% 이상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대 올랐다.아마존닷컴이 1%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A가 2%대 상승했다. 테슬라도 1%대 올랐다.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 사업부가 돈세탁 위험이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는지와 관련해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모건스탠리 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주가도 장중 5%대 내렸다.기술 관련 지수는 2%대 상승했고, 통신 관련 지수도 1%대 올랐다. 산업, 부동산 지수도 나란히 상승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4.12 09:01
IT

총선 판세 흔들라…딥페이크에 바짝 긴장한 네카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생성형 AI(인공지능)가 변수로 부상했다. 감쪽같은 가짜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며 유권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포털을 비롯해 국민 접점이 넓은 영상 플랫폼들은 소중한 '한 표'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는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단속에 팔을 걷어붙였다. 딥페이크는 AI를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네이버는 딥페이크와 관련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공직선거법, 성폭력처벌법 등 법령에 위반되거나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문구를 표출하고 있다.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조만간 개설하는 총선 특집 페이지에서 관련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이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딥페이크 영상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 틱톡과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작년 말에 올라와 지난달 본격적으로 확산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 영상으로 떠들썩했다.해당 영상 속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왔다"거나 "특권과 반칙, 부정, 부패를 일삼았다"라는 등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분석한 결과 이 영상에 고도의 AI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지난 2022년 대통령 후보 시절 연설한 여러 장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된다."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다"는 내용은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다"라는 식으로 조작한 것으로 봤다.방심위가 긴급 심의해 시정 요구(접속 차단)를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 연설'로 제목이 바뀐 영상은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방한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올해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있는 만큼 메타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뉴스와 각종 기만 행위를 신속하게 모니터링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생성형 AI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의 부작용은 해외에서도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작년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사진이 SNS에 여러 장 올라왔다. 당시 성추문 사건으로 기소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실제 발생한 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킷과 경찰관의 손가락이 부자연스러워 가짜인 것을 알 수 있지만 표정과 배경만 빠르게 보면 진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물론 딥페이크를 올바른 방향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는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딥페이크로 재현한 아역이 등장했다.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도 방송인 신동엽 등 크루들의 학창 시절 얼굴을 딥페이크로 만든 영상을 올려 11일 만에 조회수 78만회를 찍었다.일단 업계는 다가오는 총선에 생성형 AI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사)는 자율협의체를 구성해 선거 신뢰성 제고에 힘을 쏟기로 했다.함민정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메타와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용자들이 AI 생성 콘텐츠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정치 광고에 AI 사용을 명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가짜뉴스와의 싸움에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3.04 07:00
세계

트럼프, 공화당 경선 3연승…네바다주 코커스 승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네바다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경선에 이어 9일 네바다주 경선까지 이기며 3연승을 기록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이날 개최한 코커스(당원대회)에 사실상 단독 후보로 올라와 98%에 가까운 득표율을 차지했다. 이에 네바다주에 배정된 대의원 26명을 확보하게 됐다.네바다주 경선은 지난 6일 네바다주 정부가 주관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이어 이날 공화당이 연 코커스 총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코커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며 네바다주가 상징적으로 실시하는 프라이머리에만 참여했다.그런데 여기서 헤일리 전 대사는 유권자 63%가 '지지하는 후보 없음'에 표를 던지며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2.09 16:42
스포츠일반

코빙턴, 트럼프 앞 무기력 패배…에드워즈, UFC 웰터급 벨트 지키고 8년 ‘무패’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의 웰터급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32·영국)가 ‘악동’ 콜비 코빙턴(35·미국)을 꺾었다. 에드워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96 메인이벤트 웰터급(77.1kg) 타이틀전에서 랭킹 3위 코빙턴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해 8월 카마루 우스만(나이지리아/미국)을 꺾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에드워즈는 2차 방어에 성공했다.챔피언인 에드워즈는 13경기 무패(12승 1무효)를 이어갔다. 에드워즈는 지난 2015년 12월 우스만에게 패한 후 8년째 패배를 잊었다. 1년 9개월 만에 옥타곤에 복귀한 코빙턴은 또 한 번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경기에 나선 코빙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빙턴이 옥타곤에 입장하기 전, 그의 다리를 두들기며 격려했다. 터치 글러브 없이 시작된 1라운드, 에드워즈가 옥타곤 중앙을 점유하고 코빙턴을 압박했다. 둘은 다소 조심스럽게 킥과 펀치를 뻗으며 탐색전을 펼쳤다. 1라운드 종료 1분 35초를 남기고 코빙턴이 첫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지만, 에드워즈가 방어했다. 레슬링이 주특기인 코빙턴은 2라운드에도 활로를 찾지 못했다. 빙빙 돌면서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틈을 봤지만, 에드워즈는 빈틈이 없었다. 에드워즈는 이따금 펀치와 킥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근소한 차이지만, 코빙턴이 두 라운드를 내줬다”고 짚었다.강인한 체력을 지닌 코빙턴은 3라운드부터 눈에 띄게 동작이 커졌다. 반면 에드워즈는 침착하게 카프킥으로 코빙턴의 다리를 두드렸다. 마지막 두 라운드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선 라운드를 내준 코빙턴이 적극적으로 레슬링 싸움을 걸었지만, 에드워즈를 그라운드로 완벽하게 데려가진 못했다. 코빙턴은 5라운드 종료 2분 30초를 남기고 톱포지션을 점유, 이따금 파운딩을 넣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5라운드 내내 타격전에서 앞선 에드워즈가 판정단의 마음을 샀다. 코메인 이벤트였던 플라이급(56.7kg) 타이틀전에서는 챔피언 알레샨드리 판토자(브라질)가 도전자인 브랜든 로이발(미국)을 꺾고 왕좌를 지켰다. 판토자는 5라운드 내내 한 수 위 기량을 뽐내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김희웅 기자 2023.12.17 16:31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악동'을 자처한 콜비 코빙턴

미국 종합격투기 UFC를 대표하는 ‘악동’을 꼽을 때 콜비 코빙턴(37·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기자회견 등에서 항상 거친 발언과 행동으로 상대를 도발한다. 팬들이 엄청난 야유를 쏟아낼 때마다 오히려 흐뭇한 미소와 함께 욕설을 퍼붓는다. 그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이나 행사는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코빙턴이 처음부터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생계형 악동’이다. UFC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챔피언이 되기 위해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고자 악동이 되길 자처했고 그것이 코빙턴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코빙턴은 원래 차분하게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참전용사였다. 대학 시절 레슬링부 동료이자 룸메이트였던 존 존스가 늘 술과 파티를 즐길 때도 코빙턴은 운동에만 전념하는 건전한 청년이었다.대학 레슬링에서 '올 어메리칸' 칭호를 얻을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갖췄던 코빙턴은 이를 바탕으로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고 승승장구했다. 데뷔 후 8연승을 달렸고 16번 싸우는 동안 단 1패만 기록했다.2017년 6월에는 당시 UFC 웰터급 랭킹 7위였던 ‘스턴건’ 김동현을 3라운드 판정으로 누르면서 드디어 랭킹 진입에 성공했다. 당시 경기를 마친 뒤 코빙턴은 “그는 터프한 상대였고 그를 존경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후 코빙턴은 당시 소속팀 아메리칸탑팀 코치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다음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너는 UFC에서 퇴출당할 거야.”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레슬링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경기 스타일을 가진 코빙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코빙턴은 개성도 눈에 띄지 않는 파이터였다. 그래서 UFC는 이제 막 랭킹에 진입한 그와 재계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UFC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코빙턴은 삐뚤어지기로 결심했다. ‘나쁜 놈’이 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10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대회에서 ‘주짓수 달인’ 대미안 마이마(브라질)를 판정으로 이긴 뒤 옥타곤 인터뷰에서 그는 충격적인 말을 쏟아낸다.“브라질은 쓰레기통(dump)이고, 너희는 더러운 짐승(filthy animal)이야.”당연히 관중석에서 무지막지한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그가 퇴장할 때 온갖 오물과 빈 병이 날아들었다. 훗날 코빙턴은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난 캐릭터를 얻었다”며 “그것은 내 한계를 초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난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고, 타이틀을 위해 싸우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코빙턴은 이후 더 철저히 악당이 됐다. 상대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찌르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가족까지 건드렸다. 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나이지리아/미국)과 대결할 때는 감옥에 수감된 그의 아버지를 언급해 분노를 자아냈다. 당시 그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그런 행동이 반복되자 코빙턴은 물론 그의 가족들조차 안티팬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았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해한 어머니는 “그 녀석의 입을 비눗물로 헹궈주고 싶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코빙턴은 어머니에게 진심을 털어놓았다. “엄마, 전 단지 가족을 위해 이러는 거예요.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코빙턴의 행동은 사실 겉과 속이 다르다. 우스만과 서로 죽일 듯이 싸웠지만 정작 5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코빙턴은 “이게 다 흥행을 위한 거야. 돈을 위한 것이라고”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우스만도 “알아. 다 이해한다”고 말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코빙턴은 2020년 트래쉬 토크를 금지한 전 소속팀 아메리칸탑팀과 갈등을 빚고 탈퇴할 당시 ‘팀을 배신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함께 훈련한 동료들은 “그가 마케팅 차원에서 ‘어그로’를 끌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그것이 ‘연기’이건 ‘진짜 모습’이건 간에 코빙턴의 악동 캐릭터는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오는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296 : 에드워즈 vs 코빙턴’ 대회에서 현 웰터급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32·영국)에게 도전한다.코빙턴이 웰터급 랭킹 3위이기는 하지만, 그가 도전자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1년 9개월 전인 2022년 3월 호르헤 마스비달(미국)전 판정승이었다. 21개월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은 선수가 랭킹 3위이고, 곧바로 타이틀전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하지만 돈에 좌지우지되는 UFC에서 좋든 싫든 팬들의 관심을 몰고 다니는 코빙턴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앞에선 독설을 퍼붓고 악동 행세를 하지만 뒤에선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훈련하고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든다. 2023.12.15 09:00
스포츠일반

로드FC '간장 퍼포먼스'로 돌아본 격투스포츠 노이즈마케팅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20년 넘게 격투 스포츠 취재를 하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 봤다. 선수가 기자회견 도중 상대 선수를 도발하면서 얼굴에 간장을 부은 것. 간장을 뒤집어쓴 인물은 유명 개그맨인 윤형빈이었다.지난 22일 남산 서울타워 4층 갤러리K 아트노믹스 서울타워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상황은 이랬다. 윤형빈은 12월 16일 열리는 로드FC 067 대회에서 일본의 쇼유 니키와 대결한다. 2014년 격투기 데뷔전을 치른 윤형빈이 9년 만에 선수로 복귀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기는 로드FC 정식 룰이 아니다. '파이터 100'이라는 일종의 유튜브 콘텐츠다. '일반인들의 싸움'이라는 콘셉트이며 원래 윤형빈은 이 콘텐츠의 진행자다.경기 룰은 이렇다. 100초 동안 케이지 안에서 대결해 승자를 가려낸다. 입식이 기본인데, 테이크 다운이 허용되며 파운딩은 5초간 가능하다. '일반인 싸움'을 표방하다 보니 정식 선수로 아니어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윤형빈과 맞붙는 쇼유도 주요 대회에서 활약한 정식 파이터가 아니다. 진지한 격투기 경기라고 보기 어렵다.콘텐츠 내에서 쇼유는 무례하고 거친 행동으로 윤형빈을 도발했다. 이에 윤형빈이 발끈하면서 대결이 성사됐다. '쇼유(しょうゆ)'는 일본말로 '간장'을 뜻한다.대회 주최사는 "윤형빈이 간장 테러를 당해 기자회견이 난장판이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취재진이나 관객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로드FC 기자회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해프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 앞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본 선수들이 뭔가를 준비했다고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을 다 알기는 어려워도 어느 정도 각본이 있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프로 격투기에서 이런 요소는 이제 필수 불가결이 됐다. 오늘날 종합격투기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떨치는 코너 맥그리거는 2018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탄 버스에 쓰레기통을 집어지면서 도발했다. 이때 버스 창문이 깨지면서 선수 2명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 맥그리거는 벌금을 납부하는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했다.그전에도 맥그리거는 대회에서 종종 선을 넘는 난동을 벌였다. 그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맥그리거의 악동 이미지가 커질 때마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는 급격히 늘어났다. 벌어들이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굳이 사고를 치지 않아도 그의 유명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오늘날 프로스포츠 세계는 사고뭉치를 원한다. 좋든 나쁘든 논란을 만들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그것은 곧 관심거리가 되고, 인기가 된다. 특히 서로 몸과 몸이 부딪히고,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려야 살아남는 격투 스포츠에선 더욱 그렇다. 맥그리거에 버금가는 '트래시 토커'인 콜비 코빙턴도 비슷한 예다. 코빙턴은 2017년 UFC 싱가포르 대회에서 '스턴건' 김동현을 판정승으로 눌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빙턴은 '레슬링 잘하는 백인 선수'였다. 그는 경기 후 "김동현은 강했다. 한국 팬들은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며 김동현과 한국 팬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전에 도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의가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어느 순간 코빙턴은 '악당'이 됐다. 상대는 물론, 상대 가족까지 모욕하고 조롱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온갖 논란이 되는 말과 행동을 이어갔다. 엄청난 안티팬이 생겨났다. 심지어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럴수록 코빙턴은 주가가 높아졌고 대전료도 올라갔다. 많은 이들은 코빙턴이 그렇게 바뀐 이유가 '이겨도 재미없고 지루한 선수', '연승해도 퇴출 당할 선수'라는 비판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다시 로드FC로 돌아와본다. 필자는 그것이 퍼포먼스이든, 우연한 도발이든 격투 스포츠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드FC는 그동안 권아솔을 앞세운 노이즈마케팅으로 큰 재미를 봤다. 권아솔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많은 팬들은 그가 로드FC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권아솔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런 말과 행동이 자신의 진심이 아님을 내비친 바 있다. 정문홍 로드FC 회장도 "최근에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폭력적이고 과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봐주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악동 마케팅'은 순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어도 그것 자체가 중심이 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맥그리거나 코빙턴이 온갖 논란에도 살아남은 것은 그것을 잠재우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로드FC는 '간장 도발'로 격투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이제는 본 대회에서 논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3.11.24 09:00
메이저리그

'다저스 우승 멤버' 1974년 NL MVP,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출마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NL) 출신 스티브 가비(75)가 정치에 도전한다.경제 전문지 포브스 11일(한국시간) 전 LA 다저스 스타 가비가 공화당 후보로 캘리포니아주(州) 상원의원으로 출마한다고 전했다. 현지 유력 매체 워싱턴 포스트도 '전 메이저리그(MLB) 선수였던 가비가 이달 초 사망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2024년 미국 상원의원으로 출마한다'고 보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임기 중 별세한 파인스타인의 후임으로 40대 흑인 레즈비언 라폰저 버틀러를 지명했다. 버틀러는 내년 11월 예정된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가비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속속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가비는 MLB에서 19년 활약한 스타 플레이어다. LA 다저스에서 14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5년간 몸담았다. 1974년 NL MVP 출신이자 1981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우승 멤버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94(8835타수 2599안타) 272홈런 1308타점. 올스타 10회, 골드글러브 4회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개인 커리어를 자랑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가비는 야구 선수에서 은퇴한 뒤 미국 상원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정계 입문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후보가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가 '정치인' 타이틀을 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이 주 전역의 주요 공직을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은 2006년 이후 주 전체 공직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공직 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가비는 교육, 주택 가격, 노숙자 문제를 비롯해 초당파적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삶의 질 문제에 초점을 맞춰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변수는 있다. 민주당은 케이티 포터·아담 쉬프 등 복수의 후보가 파인스타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미국 ABC뉴스는 '분열된 민주당 투표는 가비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베테랑 컨설턴트 로저 살라자르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상을 예로 들며 유명인의 힘은 투표함에서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타드 쿠저는 가비를 두고 "게임에서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11 01:24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골프가 아닌 어떤 것 : Something That Is Not Golf(Sting)

독자는 영어 단어 ‘스팅(STING)’을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영국이 낳은 유명한 가수 ‘스팅’을 떠올린다고?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가 틀림 없다. 가수 스팅 말고 다른 것을 떠올린 독자는 없는가? 그렇다. 영화 ‘스팅(The Sting)’이 빠질 수 없다. 스팅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한창 때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스팅은 뒷골목에서 자잘한 사기를 쳐서 먹고 사는 사내 후커(로버트 레드포드가 역할을 맡음)가 자신의 동업자를 살해한 마피아 두목 로네간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사기꾼이 무엇으로 복수를 하겠는가? 사기이지. 후커가 로네간을 등치기 위해 손을 잡은 파트너 곤도르프 역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배우 폴 뉴먼이 맡았다. 후커와 곤도르프는 다른 사기꾼 수 십 명을 고용해 경마 사기를 쳐서 로네간으로부터 오십만 달러를 가로챈다. 이 팀은 한국 영화 '타짜'에 나오는 정마담(김혜수가 역할을 맡음)네 팀처럼 한 몸같이 움직여 사기를 치는데 성공한다. 스팅은 지난 1978년에 개봉했다. 영화 속 배경은 1936년이다. 로네간이 날린 오십만 달러를 지금 가치로 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무리 마피아 두목이라도 그 돈을 날리고 파산했을 것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이 영화를 보았다. 혹시 영화를 본 독자라면 누구 편에 서서 가슴을 졸였는가? 물론 사기꾼 후커와 곤도르프 편이었을 것이다. 뱁새라고 별 수 있겠는가? 사기꾼 편이었지. 아니, 점잖은 척 하더니 사기꾼에게 자신을 투영했느냐고? 흠흠. 사기를 치는 대상이 악당인 마피아 두목 아니던가? 골프 칼럼에 느닷없이 웬 영화 이야기냐고? 뱁새가 어디 이유 없이 서론을 길게 뽑은 적이 있던가? 다 이유가 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말하겠다. 뱁새가 몇 달 전에 쓴 칼럼 '왜 그 인간하고만 골프를 치면 공도 안 맞고 기분도 나쁠까?'를 기억하는가? 그 칼럼에서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치는 사람을 당분간 '골퍼가 아닌 어떤 사람'이라고 부르자고 했다.당분간이라고 말한 것은 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뱁새는 틈이 날 때마다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지 고민했다. 뱁새가 존경하는 진정한 골퍼이자 골프 칼럼니스트 박노승님은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콜프'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칼럼을 썼다. 공감이 갔다. 다만 골프의 'G'자 대신 코리아의 'K'자를 넣어 콜프(KOLF)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 뱁새가 좋은 표현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스팅(STING)'이다. 스팅은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말하는 영어 ‘썸씽 댓 이스 낫 골프(Something That Is Not Golf)’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쯤에서 그럴 듯 하다고 감탄한다면 언어 감각이 상당한 독자이다. 에스, 티, 아이 앤, 지! 스팅(STING)! 지금부터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스팅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얼핏 보면 멋지게 보일 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사기꾼 이야기인 영화 스팅을 떠올리며 말이다. 골프가 아닌 어떤 것을 스팅이라고 부른다면 골퍼가 아닌 어떤 사람도 뭐라고 불러야 할 지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스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어로 어떻게 말하겠는가? 바로 스팅어(STINGER)이다. 스팅어는 '가시 돋친 말'이나 '비꼼'이라는 뜻도 갖고 있기도 하니 더 그럴싸하다. 골프는 클럽으로 골프공을 쳐서 홀에 집어 넣는 경기이다. 클럽이 아닌 다른 것으로 공을 움직이게 한다면? 예를 들어 발로 슬쩍 차서 공을 옮기는 짓을 한다면? 골프가 아니다. 스팅이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또 공은 놓인 그대로 치는 것이 골프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골프가 아니다. 스팅이다. 골프 규칙을 지키지 않고 속임수를 쓴다면? 골프가 아니다. 스팅이다. 코스를 보호하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골프가 아니다. 스팅이다. 페이스 오브 플레이(Pace of Play)를 지키지 않는다면? 골프가 아니다. 스팅이다. 페이스 오브 플레이란 플레이 속도를 신속하게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골프를 치지 않고 스팅을 하는 사람은 스팅어이다. 아무리 드라이버 샷을 멀리 보내고 정확한 아이언 샷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숏게임 뛰어나고 퍼팅 감각이 천재적이어도 그렇다. 골프가 아닌 스팅을 한다면 그는 절대 골퍼가 아니다. 스팅어이다. 스팅어가 레크리에이션으로 즐기는 사람 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골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가운데도 스팅어가 있다. 누구누구인지는 독자도 알 것이다. 속임수를 쓰거나 골프 정신을 어기는 프로 골퍼 말이다.골프 정신을 지키지 않는 골프장은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몇 회 전 칼럼에 그런 곳은 ‘놀이공원’이나 ‘어뮤즈먼트 파크(Amusement Park)’로 부르자고 이미 이야기했다. 이번 칼럼은 꼭 주위에 공유해주기 바란다. 스팅을 하는 스팅어가 사라지고 골프를 치는 진정한 골퍼로 가득 찰 수 있도록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09.27 08:23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퀸이 축구팬에게 남긴 선물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은 1977년 10월 7인치 싱글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2곡은 퀸이 라이브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때 연달아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 두 곡은 퀸이 축구팬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음악과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필자가 무슨 노래를 얘기하는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두 곡은 바로 ‘위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와 ‘위윌 락 유(We Will Rock You)’다 필자가 영국을 유학지로 결정한 데는 퀸의 존재도 한몫했다. 그들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웸블리에서 퀸을 본다’는 기대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필자가 영국에 도착한 지 두 달 여만인 1991년 11월 24일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가 4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필자는 신문에 실린 그의 사망 기사를 모았고, 지금도 이를 간직하고 있다.퀸의 팬이 대부분 그렇듯이 필자도 프레디 머큐리 때문에 그들의 음악에 빠졌다. 프레디는 전문적인 보컬 수업을 받은 적이 없지만, 폭발적이고 매력적인 가창력의 소유자였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미성과 탁성,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창법으로 불렀던 그를 대중은 사랑했다. 게다가 프레디는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받침대 없는 마이크를 든 그는 카리스마와 온갖 퍼포먼스로 관중을 휘어잡았으며, 환호를 이끌어내는 출중한 능력을 자랑했다.‘위아 더 챔피언스’와 ‘위윌 락 유’, 이 두 곡은 관중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퀸은 1977년 5월 29일 잉글랜드 중서부의 소도시 스태퍼드(Stafford)의 빙리 홀에서 공연했다. 당시 관객들은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고,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도리어 퀸이 공연을 중단하고 그들의 노래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당시 프레디와 브라이언 메이는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곡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브라이언의 증언이다. 훗날 프레디의 증언에 의하면 ‘위아 더 챔피언스’는 2년 전인 1975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프레디가 ‘위아 더 챔피언스’를 작곡할 때 모티브는 축구였다는 것이다. 축구장에서 팬들이 외치는 떼창을 떠올리며 그는 “일반적인 축구 구호보다 더 섬세하며, 팬들이 기억하고 참여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프레디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스카프를 들고 응원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열광하는 군중 앞에서 노래한다.프레디는 이 곡을 통해 어떠한 고난이 있어도 도전할 것이며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감을 주는 가사와 멋진 멜로디로 무장한 ‘위아 더 챔피언스’는 스포츠 경기에 딱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 곡은 199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공식 주제가였고, 전 세계 스포츠 이벤트에서 우승자가 결정된 순간 거의 언제나 등장해 선수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게 된다.2005년 일본과 스웨덴의 모바일 합작회사 ‘소니 에릭슨’이 66개국 70만 명의 음악 애호가를 상대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위아 더 챔피언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은 주요 나라의 음악 차트에서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위아 더 챔피언스’가 기록한 가장 높은 순위는 영국 싱글 차트의 2위와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의 4위다. 한편 빙리 홀에서 공연을 끝낸 퀸은 무대를 떠날 준비로 바빴다. 이때 팬들이 손뼉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퀸을 향해 리버풀 FC의 상징적인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불렀다고 한다. 이에 감명받은 브라이언 메이는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꿈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는 브라이언은 다음 날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노래 ‘위윌 락 유’ 작곡에 들어갔다.‘위윌 락 유’는 런던 북쪽 하이베리에 위치한 웨식스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녹음할 때 드럼 소리 대신 퀸의 모든 멤버, 로드 매니저,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심지어는 차(tea)를 담당하는 베티 아줌마까지 참여해, 손뼉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렸다. 당시 브라이언은 유럽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천체물리학 박사과정을 휴학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전공이 ‘위윌 락 유’에서 중요한 'stomp-stomp-clap(발로 쿵쿵거리고 박수를 치는)’ 파트를 녹음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물리학자였던 그는 팬이 노래를 들을 때 소리가 울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박수를 치는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방법을 고안했던 것이다.‘꿍-꿍-짝’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경기에서 상대팀을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이 발을 구르며 손뼉을 치는 거대한 소리는 상대팀과 원정 팬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잉글랜드 축구를 모티브로 탄생한 ‘위아 더 챔피언스’와 ‘위윌 락 유’는 미국으로 건너가 4대 프로스포츠리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는 전 세계 스포츠 이벤트로 퍼져 나갔다. 두 곡은 영화, 드라마, 시트콤 등 다양한 대중문화에 종종 등장했고, 아티스트들의 커버 곡으로도 사랑받았다. 특히 승리에 대한 갈망과 따라 부르기에 최적화된 ‘위아 더 챔피언스’는 정치인들이 곧잘 써먹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이 곡을 선거 유세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퀸의 음악이 정치적인 선거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가 추구했던 이상과 어긋나는 것이다”며 사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이 곡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법적 권리가 없었고, 승리에 집착하던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이 노래를 계속 사용했다. 프레디가 투병 중에도 열정과 집념으로 녹음한 마지막 명곡이 ‘The Show Must Go On(쇼는 계속돼야 한다)’이다. “여러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 채 프레디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퀸은 해체하지 않았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를 중심으로 재편된 퀸은 객원 보컬과 함께 지금도 쇼를 이어가고 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09.08 12:00
연예일반

‘정치적 올바름’은 어쩌다 조소가 됐나… PC의 역사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이하 PC)이 어쩌다 조롱과 혐오의 표현이 됐을까. 최근 영화 ‘인어공주’가 지나치게 PC하다는 이유로 일부 관객들로부터 ‘별점 테러’(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최저점을 주는 행위)를 당하면서 ‘PC’가 다시 한 번 영화계에서 화두로 떠올랐다.PC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4년 뉴욕타임즈는 나치 치하의 독일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의견을 가진 순수한 아리아인’에게만 취재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처음으로 매스미디어에 ‘PC’가 등장한 순간이다. 여기서 PC란 나치 정부가 인정할만한 정치적 견해를 의미한다고 읽힌다. 즉 PC는 자신들의 사상과 다른 쪽을 배척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셈이다.1970년대에 들어서는 자유 진영에서 ‘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여성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 이슈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이슈에 집착하는 스스로를 자유 진영에서 ‘PC하다’며 농담처럼 사용했다. PC가 성별, 국적, 인종, 언어 등에 편견이 없도록 하자는 현재의 의미로 널리 퍼진 건 1990년대부터다.특히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당시 ‘PC’는 미국 현지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비 미국시민권자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고, 이것이 다수 백인 보수 집단의 환심을 샀다. 이들은 PC를 주창하는 이들을 ‘겁쟁이’라고 몰고 갔다. 혐오를 줄이기 위해 조심하자는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굴면서 할 말도 못 하는 것’으로 취급되며 조롱받았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특히 ‘PC’에 대한 논쟁을 글로벌적으로 쏴 올린 데는 디즈니의 지분이 컸다. 디즈니는 자사 산하 마블스튜디오 영화들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정글북’, ‘알라딘’ 등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실사화 하는 ‘라이브액션 시리즈’에 PC를 적극 차용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 역시 이 일환이다. 이 과정에서 백인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알라딘’은 비백인 역을 백인 배우가 맡는 화이트워싱이 아닌 아랍 배우가 맡았다. ‘라이온 킹’에서는 여자 주인공 날라의 목소리 연기를 흑인 가수인 비욘세가 맡아 했다. ‘피터팬’의 실사판 제목은 ‘피터팬 & 웬디’로 여성 주인공인 웬디가 같이 제목에 올라갔고, 팅커벨은 흑인으로 설정됐다. ‘인어공주’의 할리 베일리처럼 ‘백설공주’도 백인이 아닌 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아 현지에서도 왈가왈부가 있었다. 내년 개봉 예정인 ‘백설공주’의 주인공은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다. 국내의 경우 여성 경찰 두 명을 내세운 영화 ‘걸캅스’(2019)가 일부 남성 관객들로부터 ‘1점 테러’를 당했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수사물에 마음을 보태겠다는 여성 관객들의 ‘영혼 보내기’(극장에 갈 여건이 안 되더라도 티켓을 구매해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에서다. 역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비슷한 ‘별점 테러’를 받았다.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가 PC에 의해 포위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할 말을 하는 것과 안 해야 할 말을 안 하는 것 사이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닌 것처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억압이 아니다. 어느덧 조소가 돼 버린 PC. ‘인어공주’를 향한 별점 테러는 1930년대 이후 거의 10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올바름’이라는 단어를 올바르지 못 하게 취급하고 있는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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